루비오 일가의 최후 소장 악기

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루비오는 하프시코드 제작사에서 상당히 독특한 위상을 차지한 제작자로, 트레버 피녹,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등 왕년의 많은 거장들이 루비오의 악기를 소유하였다. 이 악기는 루비오가 자신의 직계 가족을 위하여 만든 후 실제 마지막까지 일가가 애장했던 악기이기에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. 토미하프시코드는 악기가 외국으로 유출되기를 극도로 꺼려한 루비오 일가를 오랜 기간 설득하고 협의한 끝에 마침내 인수에 성공하였다.

이 악기는 독일 함부르크 지방의 하스가 18세기 중엽에 남긴 악기를 모델로 하고 있다. 독일식 하프시코드는 지역에 따라 제각각 다른 특성을 지니는데, 하스는 특히 16'스톱을 포함한 과감한 스톱 구성을 시도하는 등 오르간 미학의 영향을 받은 제작자로 유명하며 그 음색은 '가장 독일다운 소리' 라고도 일컬어진다.

한편 이 악기는 독특한 레지스터 구성을 지니고 있어 연주하는 이들에게 한층 흥미로운 음색 시도를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영국 캠브리지 곳곳을 비롯하여 루비오 일가에게 의미가 있었던 랜드마크들이 정교한 그림으로 담겨있는 등 이야기거리가 충만한 악기이다.